타이포그래피를 사랑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기억하시나요?
지난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열여섯 번째 전시에서 우리는 SF 소설가 김초엽의 신작 「진동새와 손편지」를 타이포그래피 영상으로 치환해 ‘시간‘에 관해 탐구했습니다. 참여 작가 200여 명의 야심과 취향에 기반한 작품 속 문장이 시간순으로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근사했죠.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이자 또 다른 형식의 소설이기도 했고요. 작업실유령에서 출간한 작품집도 기억나네요! 이는 오로지 여러분의 시간, 즉 관심과 참여 덕에 이룩한 아름다운 성과입니다.
한편, 그거 아시나요? 우리가 늘 사용하는 폰트(font) 속에는 각 글자가 자리한 공간이 있습니다. 예컨대 ‘가’에 해당하는 공간에 ‘가’라는 글자가, ‘a’에 해당하는 공간에 ‘a’라는 글자가 자리하죠. 우리가 글을 쓰거나 디자인을 하는 건 폰트 속 공간을 우리 자신의 공간으로 소환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기호나 이미지로 이뤄진 딩뱃(dingbat) 폰트나 이모지 폰트처럼 폰트 속 각 공간에 글자만 자리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폰트가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되새겨보기 위해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열일곱 번째 전시에서 우리는 ‘공간‘, 즉 전시장의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해보려 합니다. 폰트를 통해 오프라인의 물리성과 온라인의 접근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타이포그래피적으로 유용하고 기능적인 공간을 말이죠.
한걸음씩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만들고, 하나씩 앞으로 놓이는 글자가 한 편의 글을 만들듯 여러분의 작품이 하나의 폰트를 만듭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폰트로 어떤 글을 쓰고, 나아가 무엇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드림